[언론보도] 노인들은 뚫기 버거운 방역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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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시행으로 식당이나 카페, 다중시설을 이용하려면 접종이력을 인증해야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디지털 격차를 몸으로 느끼고 있음. 휴대전화 QR코드 입력뿐만 아니라 수기나 안심콜 확인, 백신증명서 직접 확인 등이 더 활용돼야 하며, 기술 사용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때 디지털 격차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사용자 관점의 기술 개발과 교육이 중요함.
노인들은 뚫기 버거운 방역패스
스마트폰 조작 서투르고
아직 2G 휴대전화 쓰기도
식당 등 출입 때마다 ‘고역’
“접종 스티커 보여줬는데
안 들여보내주는 곳 있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립 중앙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전우인씨(73)가 씁쓸하게 웃었다. 무료급식을 이용하려고 복지관을 찾은 건데, QR코드 입력이 서툴러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접종인증을 완료한 터였다. 전씨는 “카카오톡에서 접종이력을 한꺼번에 불러와 QR코드를 입력할 수 있는지 오늘에서야 알았다”며 “젊은 사람들이야 잘하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3차 접종’ 스티커를 붙인 복지카드를 들고 복지관을 찾은 박모씨(76)는 기자를 보자 “젊은이 이것 좀 도와줘요”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QR코드 생성 방법을 배웠는데, 인증 시간이 초과돼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인증요청을 하기 위해 입력해야 하는 6자리 번호를 빠르게 채워넣지 못한 탓이었다. 박씨는 “인증요청 시간이 너무 짧다. 번호를 적어놔도 그 사이에 지나가 버려서 문자가 이렇게 많이 왔다”며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박씨의 문자함에는 카카오계정 인증번호가 5개 연달아 와 있었다.
방역패스 시행으로 지난 8일부터 식당이나 카페, 다중시설을 이용하려면 접종이력을 인증해야 한다. 방역패스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간편한데 디지털 취약층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디지털 격차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양정애씨(76)는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도 2G 폰이었다. 양씨는 주민등록증 뒤에 ‘추가접종’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양씨는 “활동가의 도움으로 스티커를 받았다”면서 “코로나19 이후로는 이동 범위가 동네를 벗어나지 않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접종 인증, 젊은이들이야 금방 하지
나이 먹으니 배워도 배워도 자꾸 까먹어
김영자씨(73)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생활은 디지털 사용과 동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전화만 받을 줄 알지 문자를 보내거나 다른 기능은 사용할 줄 모른다”며 “배워도 자주 까먹는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13일 3차 접종을 마쳤지만 아직 스티커를 못 받았다. 김씨는 꼬깃꼬깃 접은 예방접종증명서를 가방에서 꺼내 보여주며 “매번 종이를 가지고 다녀야 하니 아무래도 불편하다. 오늘은 (스티커 받으러) 꼭 동사무소에 갈 거”라고 했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고령층 중에는 휴대전화가 없는 이들도 많다. 거의 대부분 ‘추가접종’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데, 식당에서 출입을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지난 9일 어르신들과 함께 중구의 한 식당을 찾았는데, 추가접종 스티커를 보여줬는데도 식당에서 방역패스로 인정을 안 해줬다”고 했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QR코드 입력뿐만 아니라 수기나 안심콜 확인, 백신증명서 직접 확인 등이 더 활용돼야 한다”며 “기술 사용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때 디지털 격차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사용자 관점의 기술 개발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로 바뀌면서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가 더 커졌다. 경제적 계층에 따라서도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부분을 좁히려는 재정 투입과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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