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청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에코스팀세차장 효(孝)’에서는 만 70세 이상 어르신 16명이 일하고 있다. 경기도와 용인시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9년 만든 곳으로, 이 곳에서 일하는 어르신은 평일 하루 3시간씩 월평균 16회를 일한다. 세차를 꼼꼼히 해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단골이 계속 늘고 있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80대 직원도 있지만 체력에는 문제가 없고, 다들 의욕적으로 일을 하신다”며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은퇴 후 노후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만족도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에서 직원 임모(80)씨가 세차를 하고 있다. 사진 채혜선 기자
고희(古稀ㆍ70세)를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일자리를 갖는 이른바 ‘워킹 시니어’(Working Senior)가 늘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만 70세 이상 취업자는 16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3만9000명, 전분기보다는 34만1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는 70세 이상 취업자를 따로 분류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최대다. 그간 연령별 취업자 추이를 고려하면 이번에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30대ㆍ40대 취업 사정이 장기간 부진한 것과 대비된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분기 3.63%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2분기에는 6.01%까지 늘었다. 6%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는 우선 사회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의학 발전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노인들이 늘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이 적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들어 낸 노인 일자리도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캠페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농촌 비닐걷이 등이다. 보통 60세 이상이 주로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가 늘면서, 덩달아 70세 이상의 고용지표도 좋아졌다는 얘기다.
최근과 같은 흐름은 이른바 ‘관제(官製)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단기ㆍ단순노동ㆍ저임금 위주로 일자리가 늘다 보니 전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고, 고령층의 소일거리만 늘렸다는 점에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 일자리 상당 부분이 정부가 공급하는 저임금 단기 근로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강성진 교수는 이어 “과거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지 못했고, 70대 이상 상당수는 자녀 교육과 가족부양에 힘을 쏟다 보니 제대로 돈을 모으지 못했다”며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은퇴 후 노인 빈곤 문제를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와 기대 수명 연장에 따른 취업 수요 증가 등으로 7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70세 이상 여성 청소노동자들 중심으로 ‘노년아르바이트노조’(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이들의 목소리도 커질 조짐이다.
현실적인 수요도 크다. 정부가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의료 혜택도 늘렸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체력이 닿는 데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 추이를 감안해 장기적으로는 70대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고령층을 생산 가능 인구로 유입하는 방식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2025년 즈음부터는 이른바 욜드(YOLDㆍyoung old) 세대가 70대에 편입한다”며 “이들은 과거 70대와 달리 건강하고, 지식도 풍부하며, 정보기술(IT) 능력도 갖춘 계층”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교수는 이어 “어려운 고령층을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는 국가의 책임은 강화하되, 욜드가 70대이후에도 전문성을 갖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노인친화형 일자리를 민간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sohn.yong@joongang.co.kr